서울 사시는 분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자주가시나요?
비 오는 서울, CT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서울아산병원 가는 길에 오후 2시 진료라 오전 시간이 남아서(일부러 일찍 항공을 잡았더랬죠~ 남아서 아니고 남겨서 ㅎ) 어디를 한번 가볼까 고민하다가 비행기 도착하면 9시 아침 일찍 문 여는 곳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다 하는 생각에 국립중앙박물관을 검색해 봤더니 공항에서 출발해 도착하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것 같아서 한번 가봤어요. 때마침 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비 맞지 않으면서 쾌적하게 시간 보낼 수 있고 흥미로운 관람이 가능해서 여름 장마철 비 올 때 꼭 한번 가보시라고 권유드리고 싶네요.
관람시간
월, 화, 목, 금, 일요일: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수, 토요일: 10:00 ~ 21:00 (입장 마감: 20:30)
옥외 전시장(정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휴관일: 1월 1일, 설날(2.10.), 추석(9.17.)
2024년 휴실일: 4.1.(월), 11.4.(월)
상설전시관 정기휴실일: 매년 4월, 11월(첫째 월요일)
상설전시관 내 특별전시실 휴실기획전시관(특별전시 미운영시 휴실), 야외전시장은 정상 개관
상설전시관, 어린이박물관, 무료 특별전시 해당 - 무료
유료 특별전시 해당관람권 구입하는 곳: 기획전시실 앞 매표소관람권 판매시간: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은 첫 방문이었는데요. 비 오는 날이라 더 운치가 있었지만 야외관람은 시간 관계상 아예 포기하기로 하고 1,2,3층을 도는 것을 목표로 특별 전시실도 가볍게 패스했어요. 특별전시는 9월과 10월까지 [동아시아의 칠기]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을 하고 있으니 가보고 싶으신 분은 날짜보시고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티켓 끊어서라도 보고 싶었으나 진료 예약이 2시라 그냥 본전시를 천천히 둘러보자 그것도 다 못 본다는 생각으로 입장을 기다렸어요. 입장이 10시부터였기에 야외에서 잠시 대기했는데 외국인도 조금씩 오고 가족 단위 관람객도 있었어요. 입장게이트 열어주시는 직원 분이 무료로 물품보관함을 이용할 수 있으니 가방 내려놓고 관람하시라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더라고요.
평일이고 비가 와서 사람이 엄청 없을 거라고 예상하고 되게 고즈넉한 분위기의 박물관을 만날 수 있겠다고 들떴었는데요.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맞더라고요.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왁자지껄 한 중학생 무리들을 만났고 함께 통로를 걸어서 박물관 앞에 도착했는데 바글바글 앉아있는 저 모든 사람들이 중학교 학생들 단체관람이었어요. 약간 망했다는 생각을 하며 박물관 오픈을 기다렸는데요. 아이들이 에너지가 넘쳐서 선생님들도 통솔하시는데 애먹는 모습이 약간 짠했어요. 선생님들 정말 고생이 많으세요!!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은 서울 아이들은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이었어요. 단체관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라니! 교과서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눈으로 직접 경험할 기회를 가지는 거잖아요. 물론 지방에도 지방만의 분위기나 체험할 수 있는 게 더 있긴 하겠지만 부산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문화를 많이 누리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전 10시가 되어 오픈줄을 서서 일반 관람객이 먼저 입장했고요. 한 20명 정도? 평소에는 줄이 많이 길다고 하더라고요.
입장 후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서 잠깐 박물관 에티켓 한번 짚고 갈게요.
박물관 관람 시 유의사항
마스크는 방역지침에 따라 자율적으로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박물관의 모든 공간은 금연구역입니다.
음식물 반입과 안내견 이외의 애완동물(또는 반려동물)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전시실 입장 전에, 휴대전화는 전원을 꺼주시거나 진동으로 전환하여 주십시오.
전시품 보호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배낭 및 책가방(백팩)은 1층 물품보관함에 넣어 주십시오.
전시관에서는 정숙해 주시고 뛰어다니는 행위는 삼가시길 바랍니다.
박물관내에서는 바퀴 달린 신발을 신은 고객은 입장이 불가합니다.
전시물에 손을 대거나 손상을 입힐 수 있는 행위는 절대 삼가 주십시오.
플래시/삼각대/셀카봉/짐벌 등을 이용한 촬영과 상업적 용도를 위한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야외 관람로에서는 자전거, 킥보드,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등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슬리퍼 등 정숙한 관람을 해치는 복장은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기에 플러스+
- 전시관 설명 로봇을 괴롭히지 말기(따라다니면서 진로 방해하고 아무 버튼이나 계속 누르는 등의 행위)
- 전시물은 눈으로만 보기(유리를 손으로 만지는 행위 지문이 남고 지저분해져서 청소하시는 분 어쩌시려나싶었;)
- 어글리코리언 소리들을 행동하지 말기
정도를 얘기하고 싶은데요. 직원분들이 아이들 제지하느라 고생하시더라고요. 외국인도 있고 한데 조금 부끄러웠답니다.
이런 작은 이슈는 그래도 몇 안 되기에 눈감아 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고 학교에서 책자를 가지고 와서 그 안의 문제도 풀고 필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 흐뭇했어요. 박물관을 오랜만에 가보아서 그런지 들뜨기도 했고 빗소리도 좋아서 원래 계획은 1층부터 3층까지 순서대로 쭉 돌려고 했는데요. 아이들이 1층부터 돌기 시작해서 조용히 관람하기가 힘든 것 같아 2층부터 조용한 방 위주로 관람했고요.
사유의 방만큼은 정말 조용히 관람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2층의 사유의 방부터 관람했어요.
사유의 방은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공간인데요. 입구에서부터 나오는 그 시간까지를 온전히 혼자 듬뿍 느끼고 싶어 사진도 찍지 않았답니다. 직원 한 분이 구석 의자에 앉아 계셨는데요. 국보에 손을 뻗거나 뛰거나 큰 소리를 내는 관람객을 저지하기 위함으로 보였는데요 지루한 시간이겠지만 그 직원분이 앉아 지키고 계시기에 유리관 속에 갇히지 않은 반가사유상의 모습을 맨눈으로 360도 돌아보며 온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참을 반가사유상을 보다 학생들이 들어올 때 쯤 자리를 비켜 주었는데요. 사유의 방 하나만으로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온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압도당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크기에서 압도당하고 디테일에서 너무 놀랍고 봐도 봐도 안 질리는 느낌.
진천영수사영산회괘불탱은 가장 오래된 괘불 중 하나로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괘불이기도 해요. 2024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2024년 5월 1일(수)~10월 13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데요. 전체 높이 919cm, 너비 570.5cm, 무게 76kg에 달하는 규모로 140명의 인물이 등장해요. 고대 인도 왕사성 영산에서 열린 석가모니불의 설법 모임에 참석한 청중들이라 하는데요.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보기보다는 웅장한 괘불 그 자체에 현혹되는 느낌이었어요.
경천사십층석탑은 국보 제86호로 높이 13.5m 한국에서는 드문 10층 짝수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불탑인데요.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서 거의 3층까지 닿을 높이로 실제로 보면 웅장함과 세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이게 박물관이 참 잘 구성이 되었다 싶은 게 박물관의 1층에서 2층에서 3층에서 보는 모습이 다 다르고 높은 곳까지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정말 화려하더라고요. 이런 화려함은 고려 후기 친원파인 강융, 고용보가 원나라 양식을 도입해서 만든 것이라서 그렇다 하는데요. 재미있게 봤던 기황후라는 드라마 아시나요? 당시 고려 사람으로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 황후까지 된 기황후와 기황후를 발탁한 고려 환관 고용보의 권세를 보여주는 탑이라 하여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광개토대왕릉비는 디지털로 재현되어있었는데요.
한참을 앉아서 봄여름가을겨울의 광개토대왕릉비의 모습을 실감 나는 영상과 함께 볼 수 있었어요. 414년 고구려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으로 중국 지란성 지안시에 실물이 있다고 하는데 높이 6.4m의 광개토대왕릉비를 실물크기 그대로 그리고 표면의 비문과 질감까지 복원하여 조성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외에 여러 유물들을 한눈에 만날 수 있어요. 사진으로 잠시 보실게요.
10시에 입장해서 12시 반쯤, 2시간 반의 관람을 마치고 학생들과 함께 박물관 관람을 마치게 되었는데요. 학생들 시끌벅적한 게 싫다고 하시면 비 오는 날 오후를 노려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엔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관람실을 한 글자 한 글자 다 읽고 나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고 도슨트나 VR 체험 등을 미리 신청하지 못했기에 눈으로 훑는 관람이 된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유물을 보며 감탄 어린 표정을 지을 땐 애국심이 어느새 차오르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유물과 문화유산을 한 곳에서 2시간 반 만에 후루룩 볼 수 있는 곳이 국립중앙박물관 외에 또 어디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부산의 박물관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들 보다는 지역에서 발견된 것 위주로 전시가 되고 이렇게 걸어 다니기에도 벅찬 넓은 규모로 서있지 않아서 정말 서울은 서울이구나! 하고 감탄하며 나왔어요. 걸음은 16000보를 걸었고 커피 한 모금 빵 한 조각 먹지 못해서 힘들긴 했는데요. 진료시간 직전까지 남아서 관람 할 정도로 매료당하고 왔어요. 혼자 관람하는게 얼마나 좋은지 이번에 알았다니까요 ㅎ
마지막 나오기 전 한 20분 정도 자리에 앉아 관람한 영상 하나 보여드릴게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다리가 아프시면 이런 영상이 나오는 곳에 잠시 앉아 관람하시면서 쉬시면 좋으실 것 같아요 ^^